2010.5.21.
위치 구례군 성삼재, 남원시 여원재
단독
코스 성삼재(1070m)-고리봉(1248m)-묘봉치(1108m)-만복대(1435m)-정령치(1172m)-고리봉(1305m)-고기삼거리(약500m)-노치샘-745봉ㅡ수정봉(805m)-입망치(545m)-700봉-여원재(470m)
거리: 성삼재-만복대=5.2km, 만복대-정령치=2.2km, 정령치-큰고리봉=0.9km, 큰고리봉-고촌리=3.4km, 고촌리-주촌리=2.15km, 주촌리-여원재=6.75km, 전체거리 20.6km, 8시간 소요
계절의 여왕 5월 산하에 푸르름이 더해가고 여기저기 꽃들이 피어나고 산새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드느라 짝을 부르며 지저귄다. 겨울내 통제구역으로 묵혀있던 백두대간 성삼재 여원재 구간을 가기 위해 교통편을 알아보았지만 당일 답사로는 여의치 않아 에델바이스 지리종주팀에 편도합류를 하여 22시 부산에서 성삼재로 향한다.
좌석 옆에 "산과나" 팀 5명이 비슬산 진달래 산행에서 하산중 계곡에 쉬다가 선글러스를 두고 와 다음날 되찾으로 가니 그대로 있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산을 좋아하는 산님들은 마음씨도 곱다는 것을 느낀다. 잠시 후 산행대장의 지리종주 비상탈출로와 주의점을 이야기 한다. 비상시 백소령과 세석산장에 탈출로를 마련하고 토끼봉에서 일출을 본 후 힘이 들어 완주를 못할 사람은 장터목산장에서 중산리로 하산을 한다는 것이다.
관광버스 편도 이용자가 16명이고 15명이 산장에서 일박을 하고 백두대간 구간을 한다는 것이다. 편도는 5천원 할인한 35,000원으로 더 할인은 될 수 없다고 하여 다소 불공편한 점이 있지만 수용할 수 밖에 없다. 01:45분 성삼재에 도착하여 탑승객들과 헤어진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빛나고 가끔 유성(별똥)이 빛을 내며 사라지는 모습이 목격된다. 어두워 방향을 분간하기 어렵지만 여명이 틀 때까지 약 3시간을 홀로 지리산 첩첩산중 미답지 길을 헤쳐 가야한다. 바람이 차가워 바람막이 자켓을 입고 모자를 착용하고 간다.
2026년까지 만복대 자연보존지구로 탐방로에서 제외한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고리봉까지와 정령치 부근은 허용하고 만복대 일대는 않된다는 이야기 같다.
홀로 대간, 정맥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밤 산행 이야기기를 들려주면 '무섭지 않느냐'고 한다. 들러준 여러가지 위험요소들이 생각나 발길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어찌하라!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가야할 길은 시간을 제촉하고 있으니 말이다.
야간산행에서 무서움이 들면 않된다. 애써 별과 노고단 중계소 불빛을 보면서 발 밑을 주의하며 마음속으로 나는 갈수 있고 가야한다.를 되뇌인다.
119구조목 지남 29-05를 지나며 전망처에서 뒤돌아 유난히 빛나는 성삼재휴게소 불빛을 위안 삼는다. 천천히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가는데 거미줄이 자주 얼굴을 공격한다. 휴게소 불빛이 자취를 감추면 하늘의 별을 보고 위안을 삼는다. 사방은 깜깜하고 가끔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당동마을과 성삼재 불빛이 유일한 방향키다.
고리봉을 내려서니 산죽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음산하다. 가끔 뭔가 울음소리도 들린다. 숲 속에서 근방 무엇이 나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들지만 어찌하라,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이 있지 않은가! 1시간을 가다 갑자기 렌턴 불빛이 빨갛게 변하더니 점점 가물거려 간다.
10개월 전 건전지 1.5V 3개를 구입하여 랜턴에 넣어 둔 것을 4개월 전에 분리하여 두었다. 산행을 가기 위해 확인을 하여 보니 불이 밝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 것이다. 시간을 보낼려고 숲속에 앉아 있으니 무서움이 더해서 숲속 길을 더덤다 싶이 간다.
나무가지가 얼굴을 때릴적마다 어차피 자연으로 돌아갈 몸이 자연에 귀의 한 것 뿐이다. 이제 자연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니 모든 것은 운명이다. 그러나 가야할 목적지가 있고 아침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있지 않은가! 또한 능선을 넘나드는 시선한 바람과 운무 유난히 빛나는 별과 자연의 소리 이 넷 벗이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4시가 넘으니 간혹 산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러오니 힘이 솟는다. 묘봉치에 내러서니 하늘이 차쯤 열리기 시작하고 산새들도 바쁘게 움직인다. 지난달 황악산 구간에서 들은 산새소리 보다 다양하고 명괘하다. 환희의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지만 마음 속으로 한다.
묘봉치를 지나 무명봉에 올라 조망을 보니 멀리 지나온 성삼재 불빛은 희미하고 산 아래 당동마을 불빛도 하난둘 사라진다. 고산지대 자생 풀들과 산죽이 자라고 철쭉꽃이 곳곳에 아름다움을 수놓아 생태계가 싱그럽고 가까이 우뚝 솟은 만복대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발걸음 가볍게 만복대를 오르니 몇 년 전 눈 길을 동료들과 힘들게 산행한 기억들이 새록하게 돋아난다. 만복대에 산님 한 분이 일출을 기다리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수원에서 온 산님은 큰 사진기를 들고 붉은 노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지리주능과 가야할 백두대간능선, 달궁계곡과 뱀사골계곡, 산동면 월계저수지에서 올라오는 싱그러운 기운 그리고 저 멀리 고요하게 잠에서 깨어나는 마을의 평화로움을 바라보니 조망이 일망무제다.
태양이 솟아 오르자 산님은 "태양이 온전하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태양을 향하여 만복을 빌며 만복대 일출을 맞이한다. 지리산의 모든 복을 가졌다는 만복대에서 일출을 맞이하니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은 기운이 온 몸을 감돈다. 카메라 셔텨 누르기 바쁜 산님은 자신의 증명사신은 찍지 않고 배경만 찍는다.
산님에게 증명사진 한 장을 부탁하여 남기고 갈길이 멀어 먼저 자리를 떠겠다고 하고 정령치로 향한다. 만복대 아래 무명봉 전망 바위에 앉아 지리산 주능과 달궁계곡, 월계저수지 계곡을 내러다 본다. 멀리 이름 모를 새 울움이 들려오고 첩첩히 이어지는 산그리매 그리고 저수지 물결이 아련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니 시상이 떠오른다.
어둠이 그치고 새 날이 밝아오니
세상이 온 통 나를 향해 바라보는 구나
산그리매 넘어 누가 살까
싱그러운 산기운 가슴을 파고들고
태양은 골짜기마다 어둠을 밝히는 구나
나무와 풀들이 일제히 환호를 지른다.
저기 가는 산님은 무엇이 그리 바뿐고
지나가는 모습이 산기운 배였구나
떨어지지 않는 엉덩이 걷어 올린다.
발길을 재촉하여 능선을 이어가다 서울에서 왔다는 산님 몇 분을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산불감시 초소를 바라보며 가다 나무계단을 내러서니 정령치휴게소다. 승용차로 온 가족 단위 산행객이 아침을 먹는 모습이 보일 뿐 조용하다. 전망 조망 안내도 앞에서 지리산 주능을 하나 하나 바라보며 일행들이 지리산종주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을 그리며 안내문을 읽어본다.
서산대사의 황령암기 의하면 정령치는 기원전 84년에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성을 쌓고 지키게 하였다는데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신라시대 화량이 무술을 연마한 곳이라고 하여 산정에는 지금도 옛날의 역사를 실증이라도 하듯 군데군데 유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산 밑을 보면 보일듯 말듯 굽어 보이는 절경은 장엄하기 그지 없고 운무가 골짜기에 살짝 내려 앉은 선경에 신선이 된 기분이다. 정령치를 뒤로하고 고리봉을 오르면서 정 장군이 나의 시조일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잠겨본다.
등로 주변에는 철쭉이 활짝피어 힘을 돋구고 전북 산내면 달궁계곡과 구례군 주천면 잇는 정령치 고개가 꼬불꼬불하게 그림을 그린다. 마애불상군(0.3km), 개령암지(0.2km)와 고리봉, 바래봉 갈림길을 지나 전망바위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밤길을 걸었던 모습을 떠올리며 고리봉(큰고리봉)에 올라선다.
삼각점은 있으나 표지석은 없고 표시목에 고리봉 1305m와 바래봉 8.6km, 고기삼거리 3km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능선을 직진하면 세걸산(1222m)과 팔랑치 바래봉이고, 좌측으로 내러서면 백두대간 고기리 삼거리로 지리주능과 산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능선을 타고 바래봉으로 가면 철쭉으로 장식된 천상환원을 만날 것인데 아쉬움을 달래며 고기리 삼거리로 내러서 농장 철조망따라 가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조림목지대와 유난히 소나무가 많은 길을 지나 고기리 삼거리가 보이는 큰 소나무 아래 서 아침을 먹고 있으니 네 분의 산님들이 고리봉으로 향하여 오르며 "일찍 산행을 하였네요?" 인사를 나눈다.
고기리 삼거리에 내려 계곡따라 고기교 다리 건너 정령치 도로 반대편 선유산장 60번 포장도로를 따라 정령치 웰빙촌과 송학모델을 지나 2km정도 걸어 덕치마을버스정류장에서 60번 지방도로를 버리고 덕치보건소, 노치마을길을 따라 마을회관 옆 노치샘에 이른다. 우측 공안리 일대 천수답들이 비닐하우스와 논에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가두어 보석들을 깔아 놓은 것처럼 반짝거린다.
산행자료에 이곳이 1380년(고려 우왕6년) 이성계 장군이 왜군 아지발도를 죽이고 크게 이긴 황산대첩의 현장 황산벌이다. 중간에 우뚝 솟은 산이 황산이다. 깨끗한 샘이 흘려내리고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음용수 "적합" 수질검사표가 붙어있다. 한바가지 물을 마시니 시원하기 그지 없다.
어디서 왔는지 산님3분이 옆 동동주 집으로 들어간다. 곡차 한 잔 유혹을 참으며 생수 한 통을 받아 옆 골목을 지나 잔디풀꽃이 아릅답게 핀 별장 옆 나무계단을 오르니 다섯그루 큰 소나무가 멋진 잣태를 자랑하며 산 들머리를 지키고 있다. 전제산당에 서니 마침 액운이라도 물려 친듯 한줄기 바람이 송악가루를 우수수 날린다.
전제산당(典祭山堂)에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신령님께 두손 모아 정중히 예를 올리고 백두대간 등산안내도판을 읽어 보고 수정봉으로 된비알 올라서니 정상인줄 알았는데 745봉이다. 무명봉 구룡사, 구룡폭포 갈림길 옆 텐트 한동이 있어 접근하여 보니 인기척이 없다. 몇개의 고만고만한 봉오리를 오르내려리기를 반복하여 수정봉 삼각점과 정상표지주를 맞이한다.
산정은 2개의 물 없는 웅덩이가 있고 비교적 넓은 편이다. 조망이 좋고 주변에 철쭉꽃들이 활짝피어 아름답고 지나온 대간길이 한 폭의 그림같이 파노라마 친다. 수정봉 안내판을 읽어본다. 수정봉은 산중턱에 수정이 생산되던 암벽이 있어 붙어진 이름이다. 섬진강과 낙동강의 분수계가 된다. 입망치를 기준으로 150m 산성이 있다.
정상 아래 헬기장을 지나 벌목지대를 내려서는데 뭔가 "씨잇" 하는 소리 방향 풀섶을 보니 큰 까치독사가 지나가다 멈추고 노려본다. 디카로 찍을려고 하니 보호색을 해서 잘 찍히지 않는다. 옛날에 우마차로 넘든 운봉읍 엄계리와 이백면 과립리를 경계 짓는 십자안부 입망치 안부에 내려 다시 700봉을 향하여 된비알 오른다. 전망바위에서 땀을 식히며 에너지를 충전한 후 700봉으로 여겨지는 곳에 올라서니 지나온 대간능선이 한눈에 그려진다. 좌측으로 부처님오신날 불경낭독소리가 은은히 골짜기에 메아리 친다.
전망대에서 지나온 700봉과 수정봉 방향을 보며 감회에 젖는다. 주지사 불경 낭독 소리를 들으며 665봉 우회길로 내러서 주지사 가는 임도를 만난다. 길 옆에 채취한 고사리와 미역취가 있어 주변을 보아도 사람이 없어 버린 것일까? 하면서 잠깐 고민을 하다 그냥 임도를 버리고 등로를 따라 다시 임도에 내러선다. 보살님 한 분이 산나물을 채취하고 있어 여쭈어 보았더니 자기 것이 맞다고 하여 누가 가져가면 어떨려고 하느냐 하였더니 "가져가도 괜찬다고" 한다.
임도를 버리고 다시 좌측 등로를 따라 가족묘지가 있는 도로에 내려서는데 큰 독사 뱀이 풀섭에 따리를 틀고있다. 좌측 여원치 민박집을 바라보며 우측 등로를 이어 빨강지붕 동동주집 유혹을 뿌리치고 여원재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니 무박 이틀 동안 강행군에 잠이 쏫아진다. 백두대간이여 안녕~(11:00)
교통편 : 여원재에서 인월에서 운봉을 거쳐 남원으로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다가 타이탄 차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어 다가가 남원버스를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오지 않으니 얼마를 기다리며 되느냐고 여쭈었 보았더니 자기도 남원을 간다고 해서 동승을 부탁하니 흔쾌히 타라고 한다.
이 지면을 빌려 젋은 기사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남원고속버스터미널에 들어가 차표를 구하니 부산행은 없고 서울행만 운행한다고 하여 되돌아 남원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택시비 2,600원)
11:35분 터미널에 이르니 11시30분발 부산직행이 출발하여 다음 14:30분발 차를 기다리기가 지루해 12:15분발 남원 진주행 버스를 타고 여원재, 운봉, 인월,함양, 산청 경유 진주에 도착하여 부산행으로 갈아타 비몽사몽으로 16:20경 부산에 도착한다.
□ 산행 이미지
여명
묘봉치 에서 만복대 오르며 본 여명
큰고리봉에서 만복대와 노고단 대간 능선
달궁계곡 방향 백두대간
고리봉 아래 괴석
지나온 대간 길
전제산당 송악가루
은방울 꽃
700봉에서 본 과립리
안부 입망치
남원 학교 담벽 5월의 여왕 장미 꽃이 탐스럽다. 즐거운 산행으로 활력 넘치는 행복한 삶이 되소서!
@산중한담
길에서 확신이 없으면 가지를 말라, 되돌아 가기가 너무 멀다면 산 꼭대기 길을 찾아가라. 산꼭대기에서는 대부분 길이 있고, 없어도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면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깃털"-
야간산행을 저도 자주 했었는데 여분의 랜턴이 꼭 있어야겠더라구요.
아직 지리의 서북능선을 못 가 보았기에 꼭 한번 걸어 보고 싶습니다.
저는 백두대간은 아직 엄두가 안 나는군요.
아직 많이 남은 구간 길 안전하고 즐겁게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모든 것이 한걸음부터 시작된다고 백두대간도 몸에 맞게 즐기면 되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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