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백두대간 큰재 신의터재 구간 종주

기틀 2022. 9. 25. 14:00

백두대간 큰재에서 신의터재 구간 종주기

2010.7.11.

위치 상주시 화동면, 모서면

코스 큰재(320m)-회룡재(340m)-개터재(380m)-농로-백학산(616m)-개머리재(295m)-농로-지기재(261m)-농로-신의티(280m)

거리및소요시간 23.1km, 6시간30분

낙동산악회 9기 동행

 

오늘은 음력으로 오월말, 초복을 8일 앞두고 그 동안 소강상태이던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남부지방에 최고 120mm(기록 225mm)이상 예보다. 창문을 열러보니 간밤에 내리던 빗줄기가 다소 약해졌다.

 

백두대간  땜빵 구간 예약 장소(구포역)에 06:22  도착하니 차가 없어 연락을 취하니 강서체육공원을 지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준비하여 나왔는데 2분 초과되었다고 연락도 없이 갈 수가 있느냐고 하였더니 비가 와서 포기 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택시로 10여분 추격해서 합류하니 회장은 대간 산행은 천재지변이 없으면 계획대로 산행을 하므로 많은 추억을 남긴다는 것이다. 큰재에서 준비할 시간도 없이 모두 들머리로 총총 걸음이다. 알아서 기어야 하는 것이 대간산꾼들의 생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세간에는 대간꾼들에게  "일행이야 어떻게 되든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을 빗대어 산에 미친자 들이다. 무슨 의미로 산을 타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큰재는 동쪽 경북 성주군 공성면과 서쪽 상주시 모동면을 잇는 2차선 아스팔트 68번 지방도로다. 동쪽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가고 서쪽 물은 금강으로 흘러 든다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1년 전 추풍령 구간 때 아담한 옥성초교 아성분교 폐교 운동장이 황토 밭으로 변하였다. 상주시에서 67억원을 들여 11월말 완공 목표로 백두대간생태교육관을 짓는다고 포크레인으로 파헤친 질퍽한 흙을 밟고 100여미터 걸어 등로에 들어선다.(09:10) 등로는 발자국으로 흙탕물이 흘려내리고 축 늘어진 찔레, 망개, 산딸기, 가시덩굴과 잡목들이 물세례를 한다.

  

얼마가지 않아 버스 타는 길과 회룡 목장길 이정표가 있는 세면트 도로를 2분정도 따르다 오른쪽 산길로 올라선다. 등로에는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많고 2시간 정도 걸으니 등산화 안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깨어있지 않고 멍청한 생각을 하다가 언제 물 먹어 늘어진 가시덩굴과 잡목이 얼굴을 활 킬지 모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안개가 낀 코스를 걸어가니 몸은 축축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진정한 산꾼은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산길따라, 숲과 바람과 조망을 벗삼아 가는게 아니겠는가!

 

윗왕실 생태터널(해발400m) 아래 비를 피해 서서 점심을 먹고, 이 구간의 가장 높은 백학산으로 오른다. 백학산은  "산을 하얗게 덮을 정도로 백학이 내려와 앉았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전한다. 좋은 날이면 서쪽으로 상판저수지 푸른 물결이 아름답다고 한다.

 

정상에 부천 1대간9정맥종주대가 도시락을 먹는 것을 보니 빗물로 말아 국을 대신하고 있다. 정상석을 디카에 담고 서둘러 복잡한 정상을 내러 개머리재로 향한다. 모두들 비로 쉬지 않고 총총 걸음으로 간다. 우중 산행이 불편하고 경향이 없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되뇌인다.

 

산 봉오리 구름과 능선을 넘나들며 춤을 추는 운무, 생기 머금은 숲, 물방울 맺힌 야생화에 눈길을 주며 간다. 아름답게 핀 비비추, 엉걸퀴, 노루오줌, 하늘나리, 까치수염, 개망초, 원추리와 무언의 사랑의 눈길을 나눈다.  빗물이 몸 안에 스며들어 전신이 자연에 내동댕이 쳐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숨은 턱턱 막히고 땀 냄새로 날파리 공격에 시달리는 폭염 산행보다는 신선한 맛과 운치가 있는 것 같다.

 

간간이 숲속에 생기를 머금고 피어나는 버섯과 신갈나무, 노간주나무, 옻나무, 초피나무 등을 보면서 여러 개 봉오리를 우회하여 다섯 도로를 건넜다. 등로 변에는 인삼, 포도, 담배, 사과, 배, 벼가 쑥쑥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갈림길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하지만 "백두대간 길" 표시목이 자연과 어울리지 않아 현실감 없는 공무원들의 발상이 아쉽다. 신의터재를 1km 정도 앞 두고 소나무 잣나무 잎이 쌓인 황토 빛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날머리 "백두대간 신의터재" 표지석과, 쉼터, 작은 표지석2개, 상주시에서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산행을 접는다..(15:40)

 

교통편 이 곳은 상주에서 화동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다닌다. 280m 신의터재 작은 계곡에서 찌든 흙을 씻어내고 뽀송한 옷으로 변탈하여 빈 차 안에 앉아서  조용히 우중 산행을 갈무리 하면서 시 한 수를 떠 올린다.

  

숙명(宿命)

길은 늘 하나다

한쪽만 바라보는 것

때로는 뒤돌아볼 일도 있지만

그것은 제 길이 아니다

 

설혹 젖은 길을 만나도

돌아가는 방법은 택하지 않았다

햇살이 수분을 말리고

더러는 땅으로 흡수된 여전한 길이다

 

길은 수만 갈래

어느 길을 택해야 하는가 망설이지 않는다

오로지 한길 그것은 숙명

숙달된 기다림만이 진실이었다

 

왜 없으랴

여러 갈래의 길

슬몃 다가서는 바람 냄새


심장 채가는 샛노란 햇살의 미소 같은

우거진 수풀과 가시 덩굴을 만나도

당황하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간혹 칡넝쿨처럼 감겨도 걷어내고

뿌리치는 길은 오직 하나다                   (김설하)

  

□ 이미지

           들머리 큰재

             회룡재

                  생태터널

      

                  담배밭

 

 

              폐 밭에  개망초가 주인, 앞 능선 대간길

                금강 낙동강 분수령 지기재

                  날머리 

 

 

 

 달빛이 너무 좋아 물병 속에 함께 길어 담았네

    방에 들어와 뒤미쳐 생각하고 병을 기울이니

    달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네!                    (이규보) 

2010.07.13 17:07
깃털
한산 가족님! 우중 산행도 해 볼 만하였습니다.
2010.07.13 20:26
무원마을
추억어린 백두대간길입니다.~
백두대간에서도 그 구간은 낮은 지역이라 전에 그 곳을 지날때
잡목 잡풀에 시달리던 기억이 나는군요...
요즘같이 무더운 계절에는 차라리 비를 맞으며 산행을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지난 7~8일날 한강기맥길에서 들더라구요...
비 내리는 백두대간길 수고많았습니다.~~~
2010.07.13 21:08
계백
깃털님 빗길에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한 산행길 기원합니다
2010.07.14 02:10
깃털
무원마을님, 계백님!
디카에 빗물이 들어가 렌즈가 말썽을 일으켜 많은 이미지를 날려버려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1대간 9정맥을 완주하시고
기맥, 지맥을 답사하여 제공해 주시는유익한 정보를
후답자에게 소중하리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