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힘과 사람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가 보자.
걸음마다 변하는 세계를 볼 것이다.
동해안선 절경 탐방 10차(왜성산 구간)
2011.7.22.
기장군 동백리, 울주군 서생면 코스 명선교-진하-왜성산정(133m)-진하해수욕장-송정포구-솔개마을-대송포구-간절곶(艮絶串)-대송리(평촌마을)-나사리해돋이마을-신암포구-신리-고리원자력4,5호기정문-1,2호기정문-월내포구-임량해수욕장-칠암포구-동백포구-온정
소요시간및거리 12시간 약32km(본인 보행기준 산정)
어제보다 다소 선선하고 구름이 많고 바람이 많이 분다는 일기예보다. 지난번에 이어 10차 해안절경걷기를 하기 위해 06:50분 부전역에서 영주, 청량리 행 무궁화열차를 타고 남창으로 향한다. 여름바캉스기간이라 피서객들이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월내에 간다는 60대 아주머니는 열차가 빠르고 편리하여 택시비 부담하면서 까지 이용하는데 버스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편안하여 좋다는 것이다. 해운대역은 전국 제일의 피서지 답게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기장역을 지난 열차는 좌천을 지나 월내에 이르자 옆 아주머니가 '잘가요' 하며 일어선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던가!. 서생을 통과한 열차는 '남창역에 내릴실분은 미리 준비하여 잊어버린 물건이 없도록 챙기시고 안전하게 안녕히 가십시오' 맨트가 나온다.
남창역에서 택시를 타고 14분 소요하여 9,870원(8.1km) 메타기 요금을 지불하고 명선교에 내리니 우뚝 솟은 명선교가 시야를 압도한다. 명선교는 길이 145m,폭4.5m, 높이 17.5m로 보행전용교다.
무수한 가능성과 또 다른 나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길을 나서면 왜 그렇게 가슴이 뛰는가! 진하해수욕장 뒷편 왜성산에 있는 서생포왜성을 보고 아파트1동을 지나자 산행안내도를 만난다. 우측으로 올라 임도를 따라 왜성입구 안내문을 읽어본다.
내성성벽 잔존의 형태로 볼 때 축성 당시에는 문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문을 들어서면 정면과 우측면이 성벽으로 둘러싸인 사각형태의 공간으로 되어 있다.이것은 진입로를 굴절시킴으로서 내부를 볼수 없게 하고 유사시 사방에서 공격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내성은 수개소의 소곽으로 구성되는데 전면에는 전부 이와 같은 출입시설을 설치하였다. 서생포왜성은 울산시 문화재자료 제8호로 임진왜란이 일어난 다음해 1593년 5월부터 일본장수 가토 기요마사가 지휘하여 쌍은 일본식 평산성이다.
회야강 강구의 작은 포구를 끼고 해발133m 고지의 산정에 내성을 쌓고 동쪽 경사면을 이용하여 복잡한 구조의 2.3중으로 호를 둘렀다. 성곽전체면적이 호를 포함하여 46,000평에 이르고 호를 제외한 성 외곽부의 길이가 약 2.5km, 평면상의 직선거리는 동서 약870m, 남북 약370m에 달해 남해안 각지에 산재하는 왜성 가운데 가장 웅장하다.
일본의3대 성 가운데 하나인 구마모토성보다 14년이나 앞서 축성됐다. 현재 산정에는 높이 약5m의 천수대가 남아있으며 성의 내외부에서는 다수의 우물터가 확인된다. 성벽은 외성의 경우 바깥에만 돌로 쌓는 내탁식으로 하고 내성은 안과 밖 모두를 돌로 쌓는 협축식으로 축조하였으며, 기울기는 지면에서 60도 내외이다.
1594년부터 사명대사가 4차례에 걸쳐 이곳에 와 가토와 평화교섭을 하였으며 많은 외교적성과를 거두웠다. 사명당은 가토와 회담하는 과정에서 일본과 명나라가 조선의8도중 4개도를 일본에 넘긴다는 계책을 간파한다. 사명당은 가토의 경쟁자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라는 것을 알고 토요토미 히테요시(豊臣秀吉)에 대한 충성경쟁을 역이용, 적정 분열을 유도한다.
사명당이 일본측의 의중을 간파하지 못했다면 400년 전에 한반도는 두동강이 날 뻔했다. 1598년 명나라 마귀장군의 도움으로 성을 다시 빼앗았고, 1년 후 왜적과 싸우다 전사한 53명의 충신들을 배향하기 위해 창포당을 세웠으나 지금은 파괴되어 터만 남아있다. 서생포왜성은 임진왜란 직후부터 1895년까지 약300년 동안 조선 수군의 동첨절제사영으로 사용되었다.
산정 정상에 이르니 넓은 터에 수십년 된 벗꽃나무들이 공원처럼 있고 북쪽 성벽 장군샘 표시점을 돌아 관리초소 근무자와 인사를 나누고 성벽을 돌아본다. 전망이 좋고 서쪽과 북쪽으로 산 능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보니 대륙을 진출하기 좋은 곳이라고 여겨진다. 날씨 좋은 날은 대마도가 보일 것 같이 진하해수욕장 푸른바다가 가슴이 탁 트이게 하고 전망이 수려하다. 견고한 성의 수 많은 돌을 어디서 가져와 누가 쌓았는지 의문이 든다.
왜는 임진왜란 7년간 온 국토를 유린하고 백성들을 강제동원하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왜성을 돌아 나와 입구 '해설사의집'에 들어가 여자 '해설사'에게 기장왜성 축성방법과 돌 출처, 벗꽃나무와 우물터, 우리나라 산성과 일본 산성의 차이점 등을 듣는다.
' 일본 방문객의 주요 탐방코스가 되었다는 것과 전사자들의 사당터로 추정되는 포도나무밭을 매수하여 유물등 발굴작업을 하고 있고, 일본 전문가들이 와서 실측을 해 갔고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와 그들 선조의 자취를 더듬곤 한다'한다는 등의 설명을 듣고 해안길을 이어간다.
진하캠프에 들어서 휴양소 조립작업을 하는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휴양소 방갈로 3개, 평상 2개, 50여평 공간 대여료가 2,300만원이고 전기료등 3천만원이라 한다. 진하해수욕장 백사장에 들어가니 수영이 전면금지된 상태고 파도는 당장 모든 것을 삼킬 듯 밀려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조용한 나무판길을 따라 가니 상인들이 인상이 밝지가 않다. 해수욕장 남쪽 끝자락 방파제 너울성 파도가 덥쳐 물이 비상하여 옷자락을 적시고 파도가 밀려와 갯바위와 해안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장관을 보면서 콧노래를 부른다. 일몰시간 이후에는 해안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을 지나 도로에 올라 해인사 입구에서 송포해수욕장 모래사장으로 내러선다.
대성농수산 입구를 돌아 해안길로 간절곶송정유로낚시터 포구를 지난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고리원전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어디냐 당장 갈테니 간절곳등대에 기다려라' 한다. 누군가 물놀이를 하면서 딴 미역 한 줄기가 갯바위에 잘 건조되어 있어 한 잎을 가지고 걸으며 조금씩 씹어 먹으니 달아난 염분이 보충되면서 바다내음이 입안에 은은하다.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간절곶 울산큰애기 노래(가수 김상희)표지서과 MBC드라마 불꽃(이순재 주연) 촬영지 건물과 어부를 기다리며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모녀상과 소망우체통 그리고 바다의개척자 진금철 개척비 주변 절경을 열심히 디카에 담고 있는데 친구가 왔다.
신암 송이네오리불고기 집으로 이동하여 허리띠를 풀어 놓고 오래만에 친구와 오붓한 자리를 함께 했다. '먼 길을 걸어 가려면 많이 먹어 두어야 한다'며 권하는 친구의 밝고 에너지가 넘치며 푸짐하고 넉넉한 녀석이다. 운전과 근무로 술 잔에 물을 부어 자주 먹는 모습이 대견하다.
친구와 헤어져 간절곶으로 되돌아 와 평동포구를 지나 몇 해 전 친목회에서 여름피서 민박을 한 나사리 민박집 앞 새록새록 나는 추억를 되살리며 불안마을 해안 방파제에서 낚시로 숭어를 잡아 등대에서 회를 쳐 먹은 추억을 회상하니 군침이 생겨난다.
3번마을버스 종점과 서생초교, 면사무소를 지나 신선암을 바라보며 송리마을 해변 개인택시를 주차해 놓고 갯바위 강태공이 낚아 올린 어선생 모습을 뒤로하고 신암마을입구에 이른다. 고리원자력 철조망으로 해변길이 막혀 울타리를 돌아 국도 신리삼거리 곰솔(수령400-450년)나무 밑 평상에 앉아 쉰다.
고리원자력 경비의 교통정리 모습을 뒤로하고 새바윗길 표지석에 이르니 동해안 갈맷길 선답자들이 소개하고 있는 비타민 물회집이 보인다. 다소 지루하게 고리원전 건설부지 울타리를 따라 10여분 걸어 원자력교육원 교차로 옆 간이공원를 돌아본다.
공원잔디밭을 되돌아 다리를 건너 원자력 담장을 따라 20여분 인내하며 울주군과 부산시 경계 표시판이 있는 곳과 풍력발전기도 지난다. 효암삼거리 아이봉수대 이정표를 보고 들어가니 원전 경비가 제지를 하며 통제된 구간이라고 한다. 구도로를 따라가다 아이봉수대 안내판을 읽어보고 가니 잠시 후 길 끊기고 풀이 무성한 절개지 위에 선다.
되돌아 돌아 갈까 하다가 풀섶을 헤치며 조심스레 경사면을 내러선다. 봉대산은 고리원전으로 완전 점령되었고 고리도뇽룡대체서식지를 돌아보고 원전문화관을 지나 길천리 마을회관에 이른다. 방파제를 지나 월천교를 건너 월내항에 들어선다.
갯바위 강태공들과 고스락을 지나 백사장이 깨끗한 임량해수욕장을 걷는다. 밀려오는 파도를 피하며 걷다 되돌아 보면 발자국이 모두 지워지고 없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동심의 세계에 놀아난다. 임량교를 건너 문중마을에 이르니 해가 서산에 걸러 발걸음을 제촉하여 공유수면매립으로 해변길이 넓은 칠암마을 지나 윷판대에 이른다.
윷판대 안내판을 읽어본다. 일광면 앞바다에 척사대라 하고 속칭 윷판대라는 큰 바위가 있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장수와 왜장이 서로 싸움을 하여 하루에 몇합이나 칼과 창으로 겨루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장수는 무력으로 겨루는 것을 단념하고 지구력으로 겨루기로 하고 이 곳 바위에서 윷놀이를 하여 승부를 겨루기로 하였다.
그래도 종일토록 승부가 결정되지 못하였다. 그때 왜장은 저녁 햇빛이 짧게 비치는 바다쪽을 둥지지고 있었고, 이쪽 장수는 그 반대로 바다쪽을 향하여 있다가 바위에 윷판이 잘 보이게 깊고 굵게 글을 새기고 있는 것을 발길로 걷어 차고 넘어지는 것을 잡아 바다에 던져 버렸던 곳 이라고 한다. 지금도 바위에는 그때의 윷판이 선명하게 있다고 한다.
윷판 바위를 찾아 갯바위를 돌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해변로를 따라 바다냄새가 물씬나는 싱싱한 다시마 건조 모습을 보면서 신평마을을 돌아 동백마을 지나고 고리원전 건설 집단이주지역 온정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답사를 접는다. 달리는 차창너머 푸른바다와 해변길을 바라보며 길이란 무엇인가 생각난다.
세상의 어느 길도 끝나지 않는다. 막힌 길이라도 돌아나오면 또 길이 시작되므로 어느 누구도 같은 길을 가지 못한다. 돌아오는 길은 이미 같은 길이 아니다. 방향이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지고 시간이 달라지면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렇게 언제나 새로운 길이 시작되기 때문에 세상의 어느길도 끝나지 않는다.
여행은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모험이어야만 할까? 아니, 나는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 곳에 사는 친구의 일상을 잠시나마 공유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잠시나마 미묘하게 변하는 삶의 부분들을 느껴보는 것도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오늘도 마음속에 여행이 한꺼플 아름답게 감싼다.
▷ 해파랑길 문화체육부가 2011. 9월 10여명의 연구진과 걷기 전문가, 작가, 역사확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6개월간 현장 실사를 거쳐 발굴한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안선을 따라 국도나 지방도로 길이 총688km 노선으로 주요 구간별 거리를 보면 부산55km, 울산88km, 경주34km, 포항112km, 영덕63km, 울진81km, 삼척59km, 동해27km, 강릉53km, 양양41km, 속초11km, 고성59km이다.
그러나 해안 공유수면과 바다와 육지가 맞닫는 해안선 실거리는 1,000km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국비 28억원과 지방를 합쳐 44억원이 반영되어 기초를 마련할 계획이다. 해파랑길은 문화부가 주재하고 4개 광역시도 및 18개 기초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국가탐방로 프로젝트다.
2014년까지 연차적으로 조성하며 문화부는 총 170원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1/5000지도에 상세 탐방노선을 표시한 것도 하나의 성과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바다인 '파랑' 함께라는 뜻의 조사 '랑'을 합성한 '조사어'라고 한다.
동해안 탐방로는 이미 90%정도 열려 있지만 일부 해안초소와 사유지 철조망으로 끊겨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성한 올레길, 둘레길, 갈맷길 등 많은 명칭들이 있지만 이를 전체를 하나로 꿰는 연결성과 관리의효율화가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컨데 해안선 초소는 해안선에서 어업과 낚시, 걷기운동과 피서활동 등 많은 활동으로 간첩선 침투 등을 경계하는데 어렵고 효율성이 거의 없다고 여겨지므로 최소한도로 줄이고 과학적 경계로 바뀌어야 한다. 38선 해상따라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여 등대를 만들고 경비정이나 군함정이 철저히 경계근무를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고리원자력 주변 해안선과 원자력이 상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유재산제도보장'이라는 명분으로 필요 이상으로 국토를 소유하거나 길을 막거나 통제를 하는 것은 토지공개념에 반하고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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