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능선 단풍
위치: 경남 하동군 청암면, 시천면
코스: 거림-세석 대피소-영신봉-삼신봉-외삼신봉-고운동재-길마재
거리 및 소요시간: 정맥도상거리 18km, 실거리(접금로등포함) 39km, 13시간 20분(첫째 날 7시간 둘째 날 6시간 20분)
동행자: 깃털 단독
▷첫째 날(2008.11,11)
10:35 거림버스정류소
10:40 매표소
11:28 천팔교
11:33 북해도교
12:14 전망대
12:18 세석교
13:31 의신마을 이정표
12:38 세석샘터(폐쇄)
12:39 세석대피소
12:42 세석 자연관찰로 표지주
12:50 영신봉 구조목
12:52 영신봉
13:08 제단
13:22 대피소 우회로와 합류점
13:27 제단
13:28 음양수
13:31 집터로 추정되는 돌절구통이 있음
15:42 추모비
15:44 삼신봉
16:19 외삼신봉
17:15 샘터
17:35 청학동 매표소
▷둘째 날(2008.11.12)
08:30 청학동 매표소
09:00 정골
10:14 외삼신봉
11:44 묵계재 헬기장
12:12 산죽지대 끝나고 넓은 묘지
12:37 고운동재
13:53 부명봉 삼각점(곤양 403)
14:03 마지막 무명봉
14:18 길마재
14:50 장고 버스대기소
자나 깨나 낙남정맥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그리움을 안고 지내왔다. 오늘 드디어 완주를 하려 간다. 지리산 단풍이 절정일 때 낙남정맥 마지막 구간을 할 계획이었는데 삶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있던가라는 말에 이해가 간다. 어럽게 계획을 잡고 보면 비가 오고, 다시 날짜를 잡아 달력에 표시를 해두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집에 급한 일이 생겨 또 못 가는 경우도 생긴다. 마음속에 담고 있던 영신봉 길마재 구간 도상거리 18km를 집에 앉아서 마음으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차편과 숙식 등 문제를 고민해 보았지만 그리움만 더하고 해결의 결론이 나지 않는다.
11.9(일) 시사(묘사)와 종주를 위해 11.9-12(4일간) 휴가를 받아 시사를 지내고 돌아온 후 11일 부산발 진주행 07시시외버스를 타고(1시간 30분 소요) 08:30분에 진주에 도착하여 09:05발 거림행 군내버스를 타기 위해 06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사상터미널에 도착하니 여명이 밝아온다. 지도를 챙겨 넣는다고 넣었는데 혹시나 싶어 베냥에 찾아보았지만 없어 집 출입문 입구에 놓아둔 생각이 나서 단단히 챙기지 못한 것에 자책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집으로 가지려 갈 수도 없어, 들머리 날머리 모두 평소 등산 때에 갔던 곳이고 오늘 종주할 능선이 머릿속에 떠 올라 자신감을 가지고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며 버스에 오른다.
07발 진주행 버스로 터미널에 도착 20여분 신문을 보던 중 09:05분 중산리 내대 경유 거림행 버스가 들어온다. 거림버스정류장에 하차해서 가벼운 체조와 등산준비를 완료하고 10:30분 거림계곡을 향하니 즐비한 민박촌은 밤사이 산꾼들이 머물다 간 쓰레기의 흔적만 보일 뿐 조용하다.
공비토벌루트 개념도를 지나 작은 도장골 계곡을 지나 국립공원 거림매표소(문이 잠겨 있음) 좌측으로 계곡 물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탐방로를 따라 오르는데 쿵쿵 쇳소리가 나서 가까이 가니 국립공원 직원들이 폐전선주를 해체하여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11.15일부터 국립공원 등산로가 일부 통제되므로 오늘 정맥을 마친다는 마음으로 거림골을 오른다. 전망대 조망 안내도가 있는 곳에 이르니 산객 한 분이 “그렇게 급히 어디를 가느냐 좀 쉬어 가라”라고 한다. 전망대에 잠시 물을 먹으며 “한국의 산하 깃털”이라고 소개를 하였더니 자기는 서울에서 지리산 일출을 보려 왔는데 구름이 끼여 07:30분이 넘어서 봤다며 어느 산객이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 2시간 소요하여 왔다고 하던데 가능하냐고 물어와 사람이 하는 짓인데 못 갈 것이 있겠습니까?라고 반문을 하자 “날아다니는 구냐” 하여 거리가 6km 정도로 저도 1시간에 약 3km 2시간 목표로 간다고 한다.
서로 안전한 산행을 빌고 헤어져 의신마을 가는 이정표를 지나 세석평정 속으로 들어간다. 우측 샘터에 약수를 하고 세석샘터에 가니 "식수를 폐쇄하였으니 아래 샘터 식수를 이용하라"는 표시가 있고 땅에 얼음이 얼어 있어 올해 처음 얼음을 본다.
영하로 기온이 내려갔다면 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한 가지 장애물을 제거하였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피소를 돌아 관찰로 좌측으로 올라 공터를 지나니 시원하게 뻗어 내린 거림골 조망이 좋아 즐기며 영신봉 구조목에 선다. 곰출현이라고 플래카드가 붙어있는 50여 미터 영신봉 정상 북동쪽으로 천왕봉, 함양 창암산, 삼봉산, 서쪽으로 남원 만복대, 노고단 성삼재 그리고 남서쪽으로 구례 화엄사 조망이 거침없어 지리산의 넉넉함에 빠져본다.
낙남정맥 분기점 영신봉
영신봉에서 본 천왕봉
영신봉에서 본 백무동계곡과 창암산 능선
남쪽 하동 방향 악양면과 청암면 방향 청학동으로 낙남정맥이 뻗어 내려 능선을 내러 가다 영신대 제단에 먹거리를 놓고 지리산 산신령님에게 안전 산행을 빌고 대구마루금 산악회 시그널을 따라 음양수에 이른다. 음양수는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이 적어 먹지는 못할 것 같다. 3분 정도 내러 옛 움막이나 암자터로 추정되는 절구돌을 지나 좌측 거림골, 우측 대성골의 맑고 청아한 기운을 받으며 수시로 나타나는 전망대 조망을 즐기며 대성골 의신마을 구조목을 지나 10여분 후 석문에 이른다.
↑영신봉에서 본 가야 할 삼신봉과 외삼신봉 정맥능선
영신대 위에서 본 대성골
영신대 암릉
제단에 정성을 다해서 절을 올리며 안전한 산행을 빌어본다.
영신대 바위 사이로 대성골
영신봉 아래 전망 터에서 본 낙남정맥은 뻗어내리다가 멀리 하늘금 가운데에서 우측 삼신봉에서
성불재 능선과 좌측 외삼신봉에서 묵계재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갈라지고 있다.
▶음양수
움막이나 절터로 추정되는 주춧돌
전망대에서 본 삼도봉-반야봉-노고단-만복대 능선
1321봉에서 본 대성골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석문은 “통천문”이라 하지만 이곳은 더 웅장한 것 같은데 아래 있다고 해서 그냥 석문으로 인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1321봉을 지나고 1237봉 안테나와 헬기장을 지나 한벗샘 옆을 통과한다. 우측 단천골 좌측 갓거리골 능선을 보면서 1278봉에 올라서니 가시거리가 멀고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기운이 좋아서 가슴속으로 마음껏 들어마시고 조망을 감상하면서 지리의 품속으로 빠져든다.
기암과 나무가 어울려 조각품을 만들고 있다.
석문 상, 하
안부 통과
헬기장
고사목 아래로 단천골이 깊게 뻗어 내린다.
정맥길 능선을 가면서 조망을 살펴보니 우측에 내삼신봉, 가운데 삼신봉, 좌측으로 외삼신봉이 솟아 있는 것을 바라보며 간다. 전에 산불이 있었는지 많은 고사목 지대와 추모비를 지나 삼신봉 암봉에 올라선다. 지리산 주능선 노고단에서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뒤돌아보며 우측 내삼신봉에서 관음봉 거사봉 시루봉 능선과 쌍계사로 가는 능선이 갈라지고 그리고 좌측으로 낙남정맥 능선이 뻗어 내린다.
삼신봉
삼신봉에서 본 지나온 낙남정맥 능선이 굽이친다.
삼신봉에서 본 단천골이 부드럽게 다가온다.
삼신봉을 내러 쌍계사와 청학동 이정표 구조목에서 청학동 방향으로 10여분 내려선다. 청학동 하산 이정표가 있는 안부 청학동 하산 구조목에서 정맥길은 나무로 막혀 있어 조심스레 넘어간다. 능선의 산죽길을 20여분 오르내린 후에 외삼신봉 정상석에 포옹한다. 외삼신봉 조망은 가히 으뜸이다. 좌측으로 왕시리봉, 노고단 반야봉, 영신봉, 촛대봉, 천왕봉, 황금능선,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이 파노라마가 치며 펼쳐진다.
건너편 성불재 능선에는 쇠통바위와 독바위 관음봉이 장쾌하고, 그 아래로 삼성궁이 자리하고 청학동과 묵계저수지가 아늑하고, 지리산 100리 주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지 같다.
삼신봉과 청학동 갈림길 정맥 안부 이정표, 정맥길은 산죽과 나무로 막혀있다.
외삼신봉에서 셀카로 인증샷을 남긴다.
외삼신봉에서 본 조망, 우측 최고봉 천왕봉 좌측 영신봉 주능선
외삼신봉에서 당겨본 청학동 삼성궁
외삼신봉에서 당겨본 쇠통바위, 독바위 능선
외삼신봉 정상에서 문득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어 건너편 내삼신봉 능선이 정맥길이라는 착각을 한다. 지도가 없으니 확인도 못하고 갈길이 급한 마음으로 두 발로 되돌아 삼신봉을 지나 내삼신봉에 올라서서 조망을 보며 확인을 한다. 내삼신봉과 외삼신봉이 헷갈려 잠시 괜한 착각을 한 것이다.
다시 외삼신봉으로 가니 오후 5시로 30여분 있으면 해가 질 것 같아 청학동으로 하산을 하고, 내일 해가 뜨면 다시 정맥을 시작하기로 한다. 산속에서 해는 빨리 떨어지므로 어둠 속에서 산죽과 바위가 많고 고도차가 심한 등산로를 오르내린다는 것은 아주 위험하고, 좋아서 찾아온 산을 즐기지도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삼신봉은 10여 년 전 산악회 따라 가는데 청학동 매표소 출입통제를 받아 되돌아 간 기억이 있고, 그 후 갈 기회가 있었지만 가지 못하고 오늘 삼신할머니를 찾아뵈오니 호된 신고식을 한 것이다. 하산길 2.5km를 내려서니 어둠이 내린 청학동 매표소 옆 다리 건너 도인촌에서 가족나들이객들이 내러 오고 있다.
도로변에 주차된 차로 히치를 하면 될 것 같지만 내일 다시 외삼신봉으로 올라 구간을 이어 가기 위해 통제소를 내러서 두 번째 민박집에 들어가 숙박료를 알아보니 4만 원이라고 한다. 혼자 몇 시간 머물다 갈 것이라고 하였더니 “기름보일라를 가동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하여 다른 집을 향하여 가면서 민속박물관 앞에 정차하고 있는 시외버스를 보니 18시 진주행(요금 7400원)이라서 승차하여 기사와 등산 낚시 이야기를 하면서 진주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 건너편 좌측 우뚝 보이는 사우나 찜질방(7,000원) 옆 식당에 뼈다귀탕(5000원)을 먹고 찜질방에 들어가 배낭을 메고 온 사람들을 만나니 한 사람은 낙남정맥 길마재에서 돌고지재를 간다고 하고, 두 사람은 서울에서 지리산 환종주를 하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요즘 지리산 화대종주를 많이 하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비박으로 120-140km를 간다고 한다.
서울 거주하는 “한국의 산하” 닉네임 “계백 님”을 아느냐고 하였더니 이름은 들어보았다고 하면서 부산에 J3클럽회원들과 지리산과 영남알프스 등 환종주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녁 8시 사우나탕 옷장에 베냥을 넣고 중요물품을 카운터에 보관시키고 양말과 수건 등을 빨아서 찜질방에 늘어놓고 인터넷방으로 가서 내일 가야 할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검색하여 공부한 후 05시 기상 알람을 맞추고 꿈나라로 간다.
둘째 날
찜질방 소란스러움에 일찍 기상하여 사우나탕에 몸을 가볍게 풀고 식당으로 가서 된장찌개(5000원 양호)를 시키며 공깃밥을 추가하여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베냥에 넣고 터미널에 나가 07:10 청학동 차에 오르니 어제저녁 버스 운전기사님이다. 인사를 하고 하동호 굽이굽이 계곡을 돌아 길마재 돌고지재 구간 등산객을 "장고마을"에 하차시켜 주고 묵계호수를 지나 청학동 종점에 이른다.(1시간 20분 소요)
청학동 매표소를 지나 어제 내러 왔던 삼신봉 안부 2.5km 구간 중 1km 정도를 약 20분 소요하여 오르다가 우측 나뭇가지로 막아 놓은 등산로에 들어가니 고로쇠 채취 줄이 있어 희미한 길을 따라가다 산죽을 제거한 곳이 나오고 조금 더 힘들게 오르니 묘지다. 더 이상 길이 없고 능선에 산죽은 한치의 틈도 없이 키 높이다. 이 희미한 길은 묘지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진퇴양난이지만 되돌아가려니 오늘 산행계획에 차질이 올 것 같아 산죽을 헤쳐 오르면서 돌파하기로 한다.
지름길을 좀 더 빠르게 오르려고 하다가 몇 배의 에너지를 소비한 것이다. 들머리에 나뭇가지로 막아 놓은 것을 보고 산행 경험으로 즉시 간파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미련한 짓을 한 것이다. 간간히 산죽 위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우측에 능선이 흘려내려 조금 오르면 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30여분 올라도 능선은 나타나지 않고 계속 산죽 지역이다. 약 500미터 거리를 50분을 소요하여 올라가니 1073.9m 봉우리 능선이 나왔는데 외삼신봉은 멀리 높게 솟아 있고 산죽밭은 계속되어 밀림지대 베트콩 수색작전이라 생각하고 스틱 2개로 삼각형을 만들고 앞으로 희미한 빛만 보며 헤쳐간다.
헤쳐서 간 산죽 길
때론 등산로에 큰 바위가 나타나면 시간이 있을 때는 바위를 오르내리는 스릴과 조망을 즐겼는데 오늘은 마음이 급해서 우회를 하며 가는데 묵계사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등로가 보인다. 다소 길이 좋아졌지만 산죽은 여전히 애를 먹이면서 1시간 44 소요하여 외삼신봉에 올라선다. 약 40분을 오르면 될 거리를 지름길로 좀 빨리 가려다 1시간 정도 알바에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사서 한 것이다. 옷소매가 새까맣게 되었고 온몸에 나뭇잎이 들어가고 땀범벅이 되어 또 삼신봉할머니에게 혼이 났다. 그리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라고 하는 진리를 소홀히 한 것을 다시 일깨웠다. 갈만한 가치도 없는 길을 가서 얻은 결과는 탈진 전 상태뿐이었다.
외삼신봉에 오르자 오늘 산행할 체력을 알바로 인하여 시작도 하기 전에 체력의 대부분 소진한 것 같다.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옷을 벗어 몸속에 들어간 나뭇잎과 벌레를 떨어내고, 배낭도 거꾸로 들어서 주머니에 들어간 나뭇잎을 털어내고, 땀을 닦은 후 도시락과 간식을 꺼내 이른 점심으로 배부르게 먹고 있으니 까마귀가 주변을 맴돌며 먹을 것이라도 좀 주지 않느냐며 울어 된다. 40분 동안 충분히 쉬고 기력을 회복하여 길마재까지 약 10km 시동을 켠다. 3시간 소요 예상을 하고 길마재 아래 궁항리에서 14시 진주행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자일도 없는 바위를 조심스레 내려서니 산죽이 가는 길을 붙잡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묵계재 헬기장에 내러 991봉을 올려다보며 산죽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묵계치는 조선시대 대학자 김일손이 우리 민족의 이상향인 청학동을 찾기 위해 넘나들던 곳으로 청암 원묵계와 시천 내대마을을 잇는 고개이다. 오른쪽으로 계천과 계천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나 큰 폭우에도 시냇물소리가 들리지 않아 묵계란 이름을 지었다는 묵계리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내대리로 가는 길이다.
바위틈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작은 돌탑 너머 천왕봉 우측 거림골과 중봉 능선이 하늘금을 그린다.
전망 바위 얼굴바위 닮았고, 우측으로 천왕봉과 중산리, 거림골 능선이 뻗어 내리고 있다.
묵계사로 내려가는 갈림길 산죽
산죽터널을 통과한다.
가파른 등산로를 가면서 마지막 단풍을 즐기며 간다. 낙엽이 쌓여 미끄러워 스틱 2개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고운동재 철조망에 내려선다. 고운동재는 곰출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임도 문은 열려있고 산청에서 왔다는 데이트족이 차를 세워 놓고 남녀가 따스한 햇살 아래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갑자기 철조망 뒤에서 나타나는 필자를 경계하면서 "그기에 등산로가 있느냐"며 혼자 산에 다니면 무섭지 않으냐고 한다. 가야만 하는 일념이 있으면 무서움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대답한 후 도로 건너 등산로로 쏜쌀같이 들어간다.
등산로 단풍이 좋아서 담았다.
고운동재
고운동 저수지
902.1봉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이 푸른 하늘에서 선을 그린다.
고운동재를 내러서 가니까 등산로에 산죽이 많지만 다행히 길옆에 약간 베어 불편이 없지만 베어 놓지 않았다면 산죽에 질려 탈진이라도 할 판이었다. 이 구간은 도상거리 18km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고 갔다가는 고생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일부 구간에 산죽을 베어 놓았기에 조금은 어려움을 덜 수 있다. 산죽을 베어 놓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이 구간을 안전하고 즐겁게 정맥길을 가기 위해서는 고운동재를 깃점으로 2구간으로 나누어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여기 산죽은 강원도 등지에 있는 허리 아래 오는 산죽과 달라 설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902봉에 올라서니 지리산 주능이 한눈에 들어오고 전망이 너무 좋다. 천황봉을 바라보면서 875봉에 올라서고 다시 산죽길을 따라가다 798봉과 790봉을 오르내리고 마지막 삼각점이 있는 766봉(?)에서 내내 사야에 둔 지리 주능과 천왕봉을 이별하고 하동군과 산청군 경계를 벗어나 가파른 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러 가다가 낙엽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면서 장고마을과 궁항리를 있는 길마재에 도착하여 낙남정맥을 마친다.(14:18)
천왕봉이 구름아래 아른하다.
마지막 삼각점
마지막 무명봉에서 지리산 환종주길과 정맥 갈림길 시거널
길마재
이 구간은 도상거리 18km지만 약 39km(정맥 18km+접근거리 10km+하산거리 4km+알바 4km) 산행을 하였다. 길마재에 지난번 붙여 놓았던 깃털 시그널을 확인하고 궁항리에서 2시 출발하는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종횡무진 쉬지 않고 왔건만 놓쳐 버렸다. 완주를 했다는 기쁨보다 귀갓길이 막막하여 쓸쓸히 장고마을로 향하여 시멘트 포장도로 따라 내러 간다. 절을 증축하고 있는 곳에 들어가 땀을 씻고 식수를 보충하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터벅터벅 내러 가는데 승용차 한 대가 내러 와 손을 들고 세웠더니 여자 3명이 타고 있었는데 사정을 듣고는 흔쾌히 허락하여 히치에 성공한다.
이 운전자는 청학동을 찾아 가는데 네비가 이 쪽으로 안내하여 가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라고 하여 필자가 아는 데로 길을 설명하고 장고마을버스 대기소에 도착하여 고맙다고 인사하고 헤어진다.(14:35)
장고 간이 버스정류장
장고마을 뒤로 길마재
버스 탑승 대기소에 기다리고 있으니 사람이 하나 보이지 않고 어디에 차 시간표도 없다. 어디 물어볼 때도 없어 무작정 25분을 기다리다가 “오케이빌리지” 숙박과 식사를 한다는 간판을 보고 들어가 보니 60세 정도 주인 남자가 장작을 펴고 있어 동동주가 있으면 목이라도 축이고 싶다고 하였더니 더덕막걸리(한 되 6,000원)가 있다고 하여 들어가 주인장과 대화를 나누었더니 주인은 해군장교로 퇴직을 하고 서울에서 유통업계에 일을 하다가 4년 전 정리를 하고 "오케이빌리지"를 구입하여 왔다는 것이다.
오케이빌리지
"오케이빌리지" 옆으로 계곡물이 흘러 성수기에 가족들이 휴양을 와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시간이 있으면 더덕과 약초를 캐서 술도 담그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10월 하순경 서울 등산객 한 명이 묵고 가지 않았느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당신과 비슷한 나이 남자 한분이 머무르고 갔는데 밤늦게 들어와 새벽 4시에 깨워 달라고 하고 등산공부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새벽에 확인해 보니 없어졌다는 것이다.
오케이빌리지 아래 다리 건너 하늘정원
"계백"님에 대해서 필자가 산행기를 읽고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등산의 집념, 숙박요금의 부담 문제, 그리고 10.20부터 인상된 시외버스 요금문제, 지리산 이야기, 사람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를 주제로 정담이 무르익을 즈음 17:15분 하동행 차 시간이 되어 일어나서 하동(3100원)행 버스를 타고 18시 하동터미널에 도착하여 18:30 부산행 버스(10000원)로 갈아타고 20:20분 사상터미널에 도착하여 전철로 무사히 집에 안착한다.(20:58)
■ 낙남정맥에 대한 간단히 정리
백두대간이 백두산, 설악산으로 뻗어 내리다 지리산 천왕봉 가기 전 세석평전 위에 있는 영신봉(1,651.9m)에서 남쪽으로 갈라지는 능선이다. 청학동 뒷산 삼신봉(1,284m)에서 전망이 좋은 외삼신봉을 지나, 묵계치, 고운동재로 뻗어 내린다. 옥산까지의 산줄기는 서쪽으로 섬진강으로 물길을 이루고, 산줄기를 잘라 인위적으로 진양호 물이 사천만으로 흘러들게 만든 가화강을 지나 백운산, 대곡산, 무량산, 여항산, 서북산(738.5m), 광려산(720m), 대산(727m), 무학산(767.4m), 천주산, 창원 봉림산, 대암산 용제봉, 김해 신어산(630m), 동신어산을 지나 낙동강 하구인 매리 작은 마을에서 그 줄기를 낙동강으로 다하는 도상거리 221km(실제거리 약 264km)의 산줄기다. 최근에 신낙남정맥을 개척하여 용제봉에서 봉화산으로 흘러내린 산 줄기를 개척하였다.
단독으로 낙남정맥을 금년 봄 진달래가 꽃망울을 피울 때 가슴 설래이며 시작하여 8개월이 흘라 입동을 지나면서 무사히 마친다.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야생화와 새싹 그리고 산을 붉게 물들게 한 진달래를 보고 기뻐하였던 일, 노루, 고라니, 토끼 등 야생동물을 보며 카메라에 담고자 하였던 일, 낙엽 속에 보호색을 하고 도사리고 있던 살모사를 빠른 걸음으로 내러서면서 발견하지 못해 무심코 밟아버려 살모사도 갑작스럽게 당하여 등산화를 물어버리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하였던 일, 고사목이 등산로를 막고 있어 나무 밑으로 살금살금 기어 나오다 다 나왔다고 일어서는 순간 날카로운 나무 귀에 머리 정수리 부근이 받쳐 피가흐르고 너무나 아팠지만 피를 지혈하면서 뇌졸중으로 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 일, 말벌 한 마리가 갑자기 날아와 손가락을 쏘고 달아나 아프고 부기가 심했지만 참고 견딘 일, 더위와 싸우면서 칡덩굴과 가시덩굴로 얽힌 등로를 칼로 끊어면서 100여 미터 헤쳐나갔던 일, 첩첩산중 돌복숭아 나무에 많이 열린 복숭아를 보고 열매를 따서 무거운 배낭을 질머지고 5시간을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고생한 일, 산줄기를 타는 많은 산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목마름에 식수를 나누어 먹으며 친목을 다졌던 일, 산죽 속을 헤매며 독사와 벌과 독충들의 위험에 노출하였던 일, 아무튼 이러한 일들을 겪고 무사히 완주를 한 성취감이 폭포수처럼 샘솟아 삶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을 기약한다.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끝까지 읽어주셨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즐겁고 유익한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목록
2008.11.16 13:51
명동
깃털님의 집념과 산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멋있으십니다
전 서울이라 지리산을 내려가는 게 그리 쉽지가 않네요
이번에도 삼신봉 남부능선을 가려다가 어긋나고 아쉬워하고 있는데
이산행기를 보니 더 가고 싶은 생각만 듭니다
항상 새로운 곳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2008.11.17 12:24
깃털
명동님 서울에서 남부권 산을 다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지리산은 큰 산이라서 기회를 내서 다녀오십시오
깊고 큰 산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2008.11.17 19:16
무원마을
낙남정맥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마지막에 산죽밭에서 큰 화를 당했군요.
백두대간 두 번째 구간 성삼재-여원재 구간을 진행할 때
경방기간에 성삼재에서 묘봉치로 몰래 올라가다가
산죽밭에 빠져서 땀과 먼지로 곤죽이 되어 나왔던 기억이 새롭군요...
그동안 낙남정맥 긴 여정에 고생 많았습니다.
2008.11.22 19:11
계백
깃털님 반갑습니다
낙남정맥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큰재까지 진행했으니 금년에는 충분하게 완주가 가능하라 생각합니다.
완주하시고 부산으로 편하게 귀가하려고 장고마을로 하산하셨군요
저에게는 배고프고 꼭두새벽부터 2시간 가까이 발품을 팔았던 아픈 기억이 남아있는
장고마을 '오케이빌리지' 지금 보니 반갑습니다
성격상 누구에게 도움받기를 즐기지 않지만 여건상 한밤중에 히치는 이제 수준급으로 성장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상호 부담 없이 소주 한잔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추신 : 졸업기념 수막이 너무 멋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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