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 외송능선
2012.7.7.
양산시 장제리 외송능선
코스 : 포사격장 통제울타리 - 비로암- 영축산 외송능선-영축산 정상- 아리랑지 능선- 장제리
'비오는 날의 수채화'란 말이 머리에 자리를 잡는다. 비야 좀 그쳐라.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는 아무 것도 않되겠다. 오면 얼마나 오겠냐?. 노포동 터미널에 차를 기다리는 동안 빗줄기는 가늘어져 간다. 그럼 그렇지 하늘에 구름은 빠르게 남쪽으로 이동해간다. 내륙으로 올라갈수록 고속버스 차창 브러쉬는 더욱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가 더 올 것인가? 잘 못 가는 것 아날까?. 마음 갈피를 못잡고 있는데 신평터미널 옆에 빈 택시가 보인다. 비로암 얼마요?. '8,000원은 줘야 합니다. 그리고 통도사 매표소 입장료 3,000원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비가 오는데 산에 가는기요? ' 부산에서는 비가 그칠 것 같아 왔는 데 여기는 많이 오네요?. 산문을 들어서니 우산을 받쳐 든 암자 순례객들이 삼삼오오 눈에 띈다.
비로암 입구에 들어서니 스님이 대주발을 들고 나와 뭔가 언덕에 뿌리고 들어가는 뒷 모습를 바라보며 대문 앞에 서서 간단한 예배를 하고 경내에 들어 선다. 경내는 조용하고 물레방아는 쉬지 않고 돌아 가고 있다. 보살 몇 분이 열심히 예배를 올리고 있다. 사천왕문을 나오니 소원이라도 이루어진 것 같이 비가 그친다. 갈림길에서 계곡 식수원 보호 철조망을 따라 오르니 계곡에는 수량이 많고 크고 작은 소들이 폭포를 이룬다.
바위에 위험지역과 영축산 방향표시 갈림길에서 영축산 방향 외송능선으로 간다. 돌밭 길을 20여분 오르니 외송이라고 부르는 누운 적송 한 그루가 나타난다. 보통 '외송'이라고 부르지만 '와송'이라 해야 적당할 명칭이 될 것 같다. 늦게 산행을 시작해서 오후 1시가 다되어 이곳의 주인인 와송에게 먼져 예를 표하고 점심을 먹는다.
비가 그친 능선과 계곡에는 운무가 피워 오르고 바위 골에는 작은 실개천이 생겼다. 3미터 정도 되는 직벽에 발 붙일 곳을 이리저리 찾아 암벽 등산학교에서 배운 기술로 겨우 올라서고 나니 잡고 밟아 올라선 바위가 깨져 겨우 붙어 있는 것을 보자 천길 낭뜨러지로 사라졌을 뻔한 생각에 온 몸에 전율이 감돈다. 저기만 올라서면 얼마냐 좋겠냐 했던 성취감은 사라지고 운무가 내려 앉은 더 높은 저곳에 가고싶을 뿐이다.
사람의 욕구는 끝이 없음을 자책하면서 힘들게 오른 바위에 앉으니 평상시 보기 어려운 운무와 암릉에 물기 머금은 돌양지꽃, 바위채송화, 사리꽃 등 식물과 그리고 소나무가 어우려져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그려 놓았다. 여기 저기 고사목이 썩어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니 우리 인간도 자연의 한 조각일 뿐이다는 생각이 든다. 살금살금 바위 릿지를 오르다 보니 벌써 1060봉이다. 서늘한 안개 바람이 불어와 등을 밀어주고 있다. 그렇게 오르고 싶어 힘들게 열심히 올랐던 저 하늘금 운무속이 아니던가!
홀로 앉아 나는 왜 여기에 그렇게도 오고 싶었는가? 하면서 사색으로 자연과 교감을 하고 있는데 안개 속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려내는 등산객에 흠칫 놀라면서 어디서 오느냐?며 말을 걸었다. 안개 속의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며 '부산에서 와서 양산 지산리에서 올랐는데 함박재로 하산을 하려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는다. 저기 보이는 능선 아래로 20여분이면 될 것 같습니다.
영축산 정상에 가까이 가자 운무로 희미한 정상석을 두고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이다. 안개는 산천을 덮어 버리려는 기세라서 앞만 보고 능선을 내러간다. 조금 내려가다 하북으로 빠지는 듯한 감이 들어 이게 아닌데 하면서 되돌아 오면서 작은 전망바위에 올랐는데 안개로 조망이 전혀 없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순간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잠시 당황해 하면서 희미한 길을 따르니 나나갔던 곳이다. 지도와 나침판으로 독도를 하여보니 정상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두고 등산용어로 '롱반데롱 현상'이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영축산 정상을 내러가면서 산사태가 가속화 되는 곳을 아쉬워 하면서 단조산성에 이르러 돌담을 따라 간다. 초원지대 전망을 앞에 두고 안경을 두고 왔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령 내려안는다. 지나온 곳을 추적 해 보니 영축산 정상 옆 돌탑봉에서 독도를 하면서 벗어 놓고 온 것이다. 700m가량을 알바한다.
무명봉에 올라서면서 영축평원을 뒤돌아 보니 함박등으로 이어지는 풍광에 걸음이 멈추어 진다. 공짜는 없다는 말과 같이 알바에 대한 보상이랄까 힘든줄 모르고 가는데 내려 오던 산님 한 분도 카메라 셧터를 계속 눌려되고 있다.
산 아래서 만들어진 운무가 영축산과 신불산 고봉을 넘어면서 평원의 기후로 솟아 오르고 잠깐 비친 태양에 동그란 오색무지개가 찬란하게 빛난다. 무지게 가운데 나의 그림자가 있는 것을 보니 신비스러움에 기를 모아 소리쳐 본다. 아리랑릿지로 가려고 무명봉으로 가는데 부부산님이 길을 물어 온다. '통도사로 가려는데 지름길이 어디 있어요'하는 것이다. 영축산 정상 아래 안부에서 비로암으로 가는 것이 가장 지름길이지만 너덜 험로라고 하였다. '줄타고 내러가는 곳이 아니면 괜찬다'라고 한다. 오후 4시40분으로 산속에서 해는 빨리져 갈 길이 바쁠 것 같으니 백운암 길이 좀 멀지만 길은 좋다고 하고 헤어진다.
무명봉에서 아리랑지로 내러가다 100여미터 쯔음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많은 시거널이 붙어 있는 곳과 99등산클럽 시거널이 붙은 곳에서 경사가 심하고 비로 미끄럽고 클라이머들이 다닌 흔적이 있는 험로를 내러 간다. 50미터 정도 가니 더욱 경사도가 심하여 미끄러지기라고 하면 한 방에 새상을 사라질 것 같아 되돌아 온다.
능선 따라 가니 길이 좋아 운무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가다 갈림길에서 우측 경사도가 있는 곳으로 내러가니 포사격장 상부지점이다. 누군가 등로변에 붙은 시거널을 잘라 놓았는데 왜 잘랐는지 의아해 하며 장제리로 가는데 구기자 열매와 간혹 하나씩 피어 있는 관상용 개양귀비 꽃에 눈길을 주면서 산행안내판에서 개념도를 짚어 보니 잘 못 되어 있다. 250년 굴참나무 보호수를 보고 장제리 저수지 옆을 돌아가니 가꾸지 않고 방치한 배밭에 안타가움을 느끼며 간이매점 주막에 배냥을 내려 놓으며 산행을 마무리한다.(18:30)
○사진
비로암 사천왕문

이 산의 주인 외송은 오늘도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 준다.

당겨본 풍광들

중앙능선도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중앙능선

도인 좌리 일까?


어디가 어딘지?

밀려온 운무!!

다음에 꼭 다시 오리라!

운무에 담겨진 암벽 선

흘려내리는 빗물에 싱그러운 돌양지

돌양지꽃

바위 구멍

단조산성을 따라 초원지대로 내러선다.

단조산성 늪지대 초원

영알을 넘는 운무!

운무로 덮혀 가는 영알이 신비스럽다.

아리랑,쓰리랑지에서 춤을 추는 운무

아리랑릿지와 쓰리랑릿지 운무의 산란!

영축지맥을 넘는 운무무리들!

마지막 등로 둥근 오색무지개로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완성한다.

감사합니다.

장마철이라 비가 오락가락하니 산꾼들의 날씨에 신경이 많이 쓰이시죠.
외송능선 저도 가보지 못해서 꿈꾸고 있는데 조심해야 한다는 애길 듣고서
장마가 끝나면 갈 생각인데 깃털님의 산기 보니 겁이 납니다
장마철 산행 조심하시며 즐산하세요


작년 9월이던가요 신불산에 오르다가 짙은 안개로 길을 헤매던 추억이
살아납니다.
몇번이나 다녀온 산이라 자만하고 갔던 산인데
안개속에 같혀 방향감각을 잃어 버리니 그런 낭패감이....
시원스레 펼쳐진 영남알프스의 풍경이 아숩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즐산 안산이어가십시요!


날씨가 좋지 않아서 산행기에 보이는 것이 바위와 안개뿐이로군요.
그곳이 낙동정맥줄기의 영축산 근방인듯 하군요...
더운 여름철 건강유의하시고 즐건산행 이어가시길 빕니다.~~~

언제 또 산에서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해봅니다.
이 코스는 영축산 하나의 줄기인데 요즘 산행은 능선을 이어 가는 것보다 산의 몇개 능선을 오르내리며 미로를 찾 듯 진미를 만끽하는 산행 코스로 개척이 된 곳입니다. 건강과 즐산을 기원합니다.